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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P의 클라우드 전환, 지금이 적기다

우리는 이미 클라우드 시대에 살고 있다. 변화에 보수적인 의약품 제조 산업에서는 클라우드를 어떻게 바라볼까. 클라우드 전환이 여전히 시기상조일까 아니면 이제 바꿔야 할 때인가. 그동안 수많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GMP(우수제조관리기준) 전략을 자문한 바에 따른 결론은 지금이 바로 GMP 클라우드 전환의 적기라는 것이다.

GMP 경쟁 상대는 타사 아닌 자사

GMP로 통칭되는 의약품 제조소는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승인된 품목허가 대로만 제조해야 하고 데이터와 기록으로 그것을 증명해내야 한다. 제조소마다 허가 받은 제품과 생산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제조 품질에서 타사와의 비교우위를 논할 수는 없다. 타사의 문서나 절차가 자사의 제품과 공정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타사의 GMP 담당자는 경쟁자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소중한 동료이다. GMP 담당자는 자사의 공정과 제품에 대한 일관성 확보를 목표로 끊임없이 스스로와 경쟁해야 한다.

시작은 달라도 끝에 가서는 비슷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만난 대부분의 제약회사는 타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하고 독특한 업무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기존의 업무나 타사의 절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미 익숙해진 품질 절차를 바꿔서 야기될 수 있는 문제를 우려하여 바꾸지 않는 것이지, 일반적인 품질절차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품질 담당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운영중인 시스템도 도입 초반에는 각 회사 업무에 맞춤형으로 설계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업무 개선 과정을 거치다 보면 결국 타사와 유사한 형태로 수렴하게 된다. 자동차업계에서 통하는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이 GMP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시스템 변경 관리

그러나 GMP 담당자들은 어떠한 품질 시스템이라도 사용하면서 개선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국내외 법규 개정이나 실사 지적 사항 등 외부 요인에 의한 시스템 변경은 피할 수 없지만 조직 변화나 품질 개선 등 내부 요인에 의한 시스템 변경 요청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시스템 변경 관리는 CSV(Computer System Validation)에 따른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투입된 노력과 시간에 비해 시스템 변경 성과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데이터 활용 능력에 대한 새로운 요구

특히 이제는 GMP에서 데이터 활용 능력에 대한 새로운 요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과거 데이터와 기록의 확보, 이를 통한 과거 제조 행위의 증명에 중점을 두던 의약품 제조 품질 관리는 앞으로 크게 바뀔 것이다. 데이터 확보에서 더 나아가 확보된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예측적이고 종합적인 품질 활동을 전개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제는 기존에는 없었던 데이터 분석과 예측에 대한 지식 및 기술이 GMP 담당자에게 필수 역량으로 요구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전통적인 품질 시스템의 한계 극복 필요

이와 함께 나날이 개선되고 복잡해지는 GMP 요구사항을 수용하기에 ’온프레미스 (On-premise)’ 라고 하는 기존 서버 기반의 품질 시스템 역시 이제는 한계가 명확하다. 지속적으로 변하는 요구 사항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 변경의 유연성은 물론 시스템 성능 및 유지 관리의 어려움 그리고 최신 기능에 대한 빠른 적용의 어려움 등이 대표적으로 꼽는 한계 요인이다.

지금이 클라우드 전환을 위한 적기

제약 품질의 역사를 보면 품질관리(QC, Quality Control) 에서 품질보증(QA, Quality Assurance)으로 바뀌어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QA가 당시에는 얼마나 불필요한 것처럼 간주됐을까.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도달한 클라우드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10년 후 오늘을 되돌아보면 GMP에서 클라우드로의 전환이 정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클라우드가 이제 더 이상 신기술, 혁신이 아닌 시대가 됐다. 이미 다양한 산업에서 상용화, 보편화된 클라우드를 활용해 필요한 데이터는 취하고 관리가 어려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빌려서 사용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부디 한국의 GMP 담당자들이 클라우드 전환을 통해 시스템 운영 및 관리에 드는 적지 않은 시간을 단축하고 미래의 제약 품질 향상을 위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접목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기고문 작성자 정보

이정환 부장, Korea Quality Strategy, Veeva

  • 이정환 부장은 한국 품질 전략 담당으로, 국내 품질 비즈니스를 총괄하며 고객의 성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Veeva 제품과 서비스의 특장점 및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면서, 시스템에 대한 고객의 요구사항 및 해결과제들을 이해하여 Veeva의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되도록 하여 고객과 Veeva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정환 부장은 Veeva 입사 전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에서 품질기획 및 QA로 근무하면서, 제조품질을 위한 다양한 IT 시스템을 도입, 구축, 유지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한 바 있습니다. 시스템 관리에 대한 풍부한 현장 경험을 통해 고객의 요구사항을 보다 잘 이해하고, 현실적인 개선방법을 조언하며 고객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본 블로그는 의료 전문 온라인 신문인 메디칼타임즈에 배포한 기고문을 게시했습니다.

오피니언 > 이슈 칼럼 “클라우드 시대의 효율적 GMP 전략은?”